Danke schoen

Sunny 2008/05/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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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닌 것 같다. 난 차도 없었고 면허도 없었는데, 차도 있고 운전도 하니까 같이 여기저기 많이 다닌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면허를 따니까 요즘은 더 많이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좀 미안하다. 운전도 못하고 '법의 보호를 받는' 술쟁이 초빼이가 얼마나 귀찮았을까. 남들은 남자친구 차 타고 여기저기 많이도 놀러다니는데, 차만타면 머리 박고 골아떨어지는 만성음주에 숙취해소 필수인 남자친구가 얼마나 미웠을까. 그나마 길이라도 잘 찾아주면 고마운데 어쩔 때는 지가 살고 있는 집도 어딘지 몰라 동서남북 헤매고 다니는 길치이니 그 답답한 심정 오죽했으랴. 같이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니자고 했지만 주말만 되면 찾아오는 피곤함과 게으름 때문에 겨우 대관령 양떼목장도 1년동안 계획해서 겨우 살짝 다녀왔을 뿐이니 사실 멀리 다녀온데도 별로 없다.

놀러가서도 남들처럼 추억을 만드네 어쩌네 하며 자기 나잡아봐라 하는 멋진 광경 만들기 보다는 이번달에 산 카메라 지난주에 산 렌즈 테스트 한다고 사진이나 찍어대고 있으니 이쁘게 보일리가 있나. 그나마 DSLR이면 찍고보고 찍고보고 하는 맛이라도 있을텐데 이건 생각은 첨단인데(?) 하는 짓은 고조선 중반 환웅이 단군 어리둥둥 안고 있을 때 같으니 필름이 뭐가 좋네 어쩌네 하고 자빠져 있으니 환장하겠지.

그래도 고맙다. 그런거라도 좋아해 주니. 피곤할 때 같이 피곤해 해주고, 게으를 때 같이 널부러져 주고, 운전할 때 옆에서 살짝 졸다가 의자 뒤로 확 제껴서는 고롱고롱 선잠도 자주니, 고맙다.

이렇게 이쁘게 사진 찍혀주는 것도 고맙고.



minolta XD / minolta MD 20mm f2.8 / s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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