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투표했는가.

Posted 2010. 6. 6. 20:42

민주당의 약진

이번 선거에 대한 각 언론들의 코멘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를 제외하고는 어디 하나 명함은 커녕 얼굴도 못내밀던 민주당이 인천시장부터 시작해서 강원도지사와 충남(아, 감격의 충남..ㅜ.ㅜ;;)지사, 충북지사까지, 게다가 무소속 김두관 경기도지사 당선자나,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혈통상(?) 민주당에 한자락씩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고 보면, 이번 선거결과에서 친민주당 계열의 광역자치단체장은 모두 9명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건 뭐 서울이랑 경기도 건진 걸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다. 대구 경북이야 안방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경남은 물론 충청도에 자신했던 강원도에 제주도까지 먹혔으니 겨우 살아있다고 숨이나 쉴 정도인 것이다.

 민주당은 그저 입이 쫙 벌어질 정도고, 자유선진당은 울기 직전. 한나라당은 이미 울고 있는거 같고, 다만 아쉬운 것은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들 개혁세력의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데다가(사회당은 그나마 선전한 것 같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좀 아쉽기는 하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친노세력의 엄청난 부활(이광재, 김두관, 안희정. 이 세사람을 빼놓고 어찌 노무현을 말하랴)이라는 점 이외에도 민주당의 헤벌쩍한 상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승리했다. 그냥 승리했다가 아니라,
완전한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조금 문제라고 할지 모르나, 이미 의회까지 다수당이 되어버린 그들이 뭐가 두려운가.

민주당은 승리했다 멋지게.

하지만 앞의 포스트에서 말한 것 처럼, 돈 있는 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는 그들에게 돌아갔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이, 그리고 노무현의 가치가 그들의 돈을 향한 열망에는 못미친다고 말했다. 아니, 노무현이 그렇게 말한 가치들이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마음속의 열망. 그것을 가진 사람의 수는 아직 대한민국의 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다수는
여전히 올라가는 집값에 그들의 철학보다는 그들의 밥그릇을 대입시키는 자들과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 밥그릇을 찾는 자들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들의 식사 한끼보다는 내 아이의 영어실력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경쟁에서 이기길 바라는 것이 그저 소박한 부모의 심정이 아니라,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오면서 배워오고 채득해온 철학과 가치라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철학과 가치는 어쩌면 이렇게 소박한 소시민의 소망 정도로 아름답게 그리고 아무도 몰래 포장해서 우리는 자신의 비겁함을 감추며 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그 아류 정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과연, 그들의 국정운영 작게는 동네 운영의 철학과 가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느냐고.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그 한표가 그들의 철학과 가치를 더 한층 강하게 확고한 기반위에 서게 하는 것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느냐고.
그리고 한가지 더. 그들이 철학과 가치를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느냐고.


나는 이번 선거에서 MB의 아들을 보지 못했다. 그에게 피를 이어받은 그 개념없는 아들이 아니라, 그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후보자를 보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MB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그의 철학이 무엇인지 말하고, 설명하며 그에 목숨을 걸겠다고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노무현의 가치를 말하고, 그 정신을 역설하며 그 철학을 논하는 자들을 보았고, 그에 목숨을 걸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혹시 나에게 이 정권의 철학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돈을 더 많이 벌어 잘먹고 잘살자 이상의 다른 그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발전 이상의 무엇이 과연 우리의 철학과 가치가 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을 받아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리라 믿는다.


 

혹시 이런 정도의 아름답고 소박한 가치와 철학이라도 그들의 잎에서 나온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는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당신의 자녀가 살아갈 이 땅에서 당신의 가치와 철학에 가장 근접한 자들이 당신이 찍은 그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하는지.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이 옳다고 말하지 않겠다. 김구의 문화국가론이 옳다고 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명박의 가치와 철학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니까.
하지만,

우리 시대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이며,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가 말하는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지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그리고 자신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 보자.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나는 이번에 어떤 가치와 철학에 투표하였는가 반문해 보자.

그리고
이번 선거가
과연 어떤 철학과 가치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것인지 4년동안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당신이 투표했을지도 모르는 어떤 교육감 당선자의 말을 인용해 본다.
인터뷰에서 누군가 질문했다고 한다.
"전면적인 무상급식이라면, 부자와 가난한 자들 모두 가리지 않고 무상으로 밥을 먹게 해 주자는 것인데 그것이 옳은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입니다."

과연 다른 후보자들은 어떤 철학과 가치를 품고 교육감에 도전했을까.
과연

왜 사람들은 그를 교육감으로 뽑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