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앞마당에는 화강암으로 쌓아올린 돔 위에 높이 11미터짜리 "형제의 상"이 서 있다. 군복을 입은 두남자가 서로 껴안고 있는 "형제의 상"은 가슴 뭉클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황해도 평산군 신암면에 형 박규철과 동생 용철 형제가 살고 있었다. 광복과 분단으로 이어진 시대의 혼란 속에서 형은 동생에게 가족을 부탁하고 홀로 월남했다.
그러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박규철은 참전해 많은 공을 세우며 소위로 진급했다. 박 소위는 도망치는 북한군 사단을 추격하게 되었고 충북 단양군 죽령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며 잠시 잠든 박 소위는 자신에게 호통치는 어머니 앞에서 엉엉 우는 이상한 꿈을 꿨다. 이튿날 공격 중에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북한군에게 총을 겨누며 도망치지 않으면 살려주겠다고 외쳤다. 그런데 힐끗 돌아본 상대의 얼굴을 본 박 소위는 어젯밤의 꿈을 떠올렸다. 바로 앞에 엎드린 적은 동생이었던 것이다.
박 소위는 북한군이 쏘아대는 총알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가 동생을 껴안았다. 동생도 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았다.
형이 국군 진영으로 동생을 데려왔을 때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던 형제의 비애를 지켜본 많은 병사들이 눈시울을 젹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