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드디어 디워를 봤다.
드디어, 디워에 대해 호평을 하건, 악평을 하건 떳떳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를 내 돈내고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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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핸드폰도 바꿨더니 이런 짓도 할 수 있다!!



우리 영화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가져오고 있는 디워.
디워가 이번에 얻은 것은 무엇이고, 아직 잡지 못한 것은 무엇이며,
놓친 것은 무엇일까?


1. CG에 대하여

괴물과 비교해 보자. 괴물의 제작비는 총 15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디워와 괴물, 그 중에서 어떤 CG가 더 화려하고 볼만한가? 내가 내린 결론은 '구별불가능'이다. 어떤 CG가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오 그 수준은 비슷하다.
괴물의 그래픽이 <배트맨 리턴즈> <클리프 행어> <고인돌 가족> <캐스퍼> <드래곤 하트>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맨 인 블랙2> 등에 참여해왔다. 2001년에는 드림웍스에서 <샤크>의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를 맡았던 케빈 레퍼티 라는 외국인에 의한 것이었던 반면, 디워의 CG는 심형래의 영구아트무비에 의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괴물의 제작비(150억이라고 위에서 밝혔지만, 다른 기사에서는 100억이라고 한다)중에서 CG에 들어간 돈은 50억. 심형래의 디워는 총 300억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700억이라고도 한다 순제작비, 제작비라고 용어도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기자들은 병신이냐?) 이 중에서 CG에 얼마가 들어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심형래가 무릎팍도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LA현지에서 하루 찍는데만 2억 이상이 깨진다고 했고, 최소 2달(이 정도면 정말 엄청나게 빨리 찍었다는 뜻이다) 50일 정도하고 했을 때 100억, 그리고 스텝들의 인건비와 배우의 출연료 등을 합쳐서 사용된 돈을 약 50억~100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본다면 CG에 들어간 돈은 100억~150억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괴물의 경우 CG는 괴물 한마리면 족하지만, 디워의 경우 2마리의 이무기, 1마리의 용, 수십 마리의 날라다니는 놈, 기어다니는 놈, 뛰어 다니는 놈, 부서지는 놈 등등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많은 제작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괴물과 비슷한 수준의 돈이 들어간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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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적어 살기좋은 작은 동네 LA


그런 면에서 디워의 CG는 수준급이며, 이는 괴물에도 뒤지지 않고, 그렇다면 트랜스포머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조금만 더"라는 점이다. 수많은 자동차가 부서지는 이무기 똘마니들과 군대의 시가전 장면에서, 미국이, 그것도 세계 최대의 몇 손가락 안에 드는 LA에 왜, 어째서 무슨 소수민족도 아니고, 미국의 오래건 주(州)의 작은 시골 동네도 아닌데, 5~6명 오손도손 살고 있다는 느낌 밖에 안 들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대규모 인파와 엑스트라 두어명의 죽여주는, 아니 죽어주는 장면을 만들 여력은 없었을까. CG를 통한 대규모 살상 장면이 어린이 관객 수용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영화 등급에 관한 문제는 후술),  LA는 작은 시골마을이 아니다. 무슨 부서지는 차는 항상 현대?.... 물론 기아 자동차도 몇대 있었겠지.

아무리 적게 줘도 85점은 되는 CG를 만들어냈지만, 이무기에만 너무 집중된 것은 아닐까.


2. 맨날 욕먹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하여

CG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종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하지만,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왜 한숨이 나왔어야 했을까?

미국인이, 생전 처음 보는 이무기가 작은 동네(?) LA의 건물을 부수고, 뽀개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왜 그렇게 심하게 침착한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  CG에 그렇게 돈을 썼으면서 왜 배우들에게는 돈을 그렇게 아꼈던 것인가. CG에 들어간 돈의 절반만 배우를 위했다면,(물론 제작비의 압박은 심했겠지만) 좀더 훌륭한 연기가 나왔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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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쳐녀귀신이 된, 그래서 소복 입고 나온 아만다 브룩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배우들은 이해할 수 있다. 출연료의 문제가 있었겠지. 하지만, 한국인 배우들의 정말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연기는 참아주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CG가 없는 장면에서는 애꿎은 팝콘만 씹어대야 했다.


스토리?
심형래는 스토리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분명 이번 스토리는 용가리에 비해 나아진 것이 확실하다. 좋아졌다. 하지만, 이 용가리보다 나아진 스토리를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국민소득 100달러인 나라에서 200달러 당성했다고 2배 당설했으니 잘 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똑같다. 우리는 이제 2만불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트랜스 포머, 스파이더맨과 심형래는 스스로 비교했지만, So What? 트랜스포머와 스파이더맨이 이것보다는 좋다. 그건 확실하다. 기획이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90여분의 러닝타임에 쫒겨서인지 스토리는 비약되고 넘어간다. 훌쩍훌쩍 넘어가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연결이 쉽지 않다.

생각건대, 심형래의 시나리오力(?)은 분명히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가에 비해 떨어진다. 시나리오에 관해 이번에 분명히 아쉬운 것은, 심형ㄹ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전문적인(심형래의 바램대로 헐리우드 수준의) 시나리오 작가가 전체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주물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부디 다음 영화에서는 나눠줌의 미덕을 좀 더 발휘해 주시길. 제작, 감독, 시나리오, 게다가 안티들과의 전투까지 혼자 하고, 요즘에는 홍보까지 하시려니 너무 안되보인다. 분업이 중요할 때도 있다.


3. 12세 관람가

정말 아쉽다. 12세.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이다. 정말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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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인데 이것도 못보게 하냐!!

차라리 전체관람가 였다면, 이전의 영구와 땡칠이 당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관객을 모아 비공식이건 공식이건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12세 이하의 어린이까지 볼 수 있었다면, 이무기와 용이 춤추는 하려한 그래픽만으로도 모든 초등학생들을 잡을 수 있었다.

디워의 흥행 전선에 가장 아쉬운 점. 트랜스포머도 넘을 수 없는 나이라고 하는 흥행의 벽을 깰 수 있었는데.



디워는 분명 훌륭히 태어났다.
비난하고 싶은 맘은 없다.
하지만, 남은 것은 분명 "조금 더"라는 말 뿐이다.

중국산으로 보이는 절(?), 댕기 따위는 없어져 버린 막되먹은 양반집 처자, 근본도 알 수 없이 미국으로 왜 건너가 버렸는지도 알 수 없는 이무기, 대추나무에 사랑이 걸릴 것 같은 촌동네로 전락해 버린 LA, 겨우 1개 소대 보내놓고 그 거대한 이무기 잡으려 했던 한심한 미 국방성(헬기 몇대 보냈다고 거시기 할건 없다. 미국애들은 존 맥클레인 겨우 1명  잡으려고 F-22 랩터를 보냈던 놈들이란 말이다), 죽은 줄 알았던 한복입고 하늘에 둥실 떠 계신.....-_-

분명 아쉬운 것은 있다. 아니, 많다.

하지만, 심형래의 말대로, 이번이 처음이다(처음은 아니지 않은가!!! 용가리는 어쩌려고!!).
다음 번엔 더 나아지겠지.

부탁하건데, 다음번엔 다른 사람이 시나리오 쓰게 할 것, 그리고 배우의 연기에 10배는 더 신경쓸 것...



디워는 이무기다.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다음번에 심형래가 용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 영화 자체는 애국심에 호소한 것 아니다. 하지만, 마케팅은 애국심에 호소한 것, 맞다. 성공적인 애국심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