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일주일의 노동을 마감하는 22일 금요일 저녁. 아내와 TV를 보다가 경악스러운 프로그램을 하나 보게 되었다. KBS에서 방영하는 스펀지2.0 이라는 프로그램. 워낙 오래된(?) 프로그램이고, 아마도(예상컨대) 시청률 역시 만만하게 나오는 프로그램이니 그다지 주목받거나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즐겨보지는 않으니, 그 시간대에 집에 있었다는 것이 우연일 뿐, 그다지 눈에 힘 주고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우리 대통령의 사생활은 깨끗할까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스펀지를 보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코너가 있었다. '무심코'라고 한 것 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이 이럴까. 그날의 코너를 보다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는 끔찍한 짓을 시사 교양 프로그램도 아닌 오락 프로그램에서 돌리고 있다니.

정보와 지식이 합쳐진 고품격 정보 버라이어티라는 소개가 무색하게도, 마치 전두환 시절의 3S 정책 처럼 우민화 정책에 한 몫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우스운 걱정이 앞섰다.

그 날 대통령의 사생활 코너에서는 임기중에 음반을 발매한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자국 축구 1부리그에서 활약중인 볼리비아의 '모랄레스'대통령, 수중 각료회의를 연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 등등이 소개되었다. 마지막에 나온 것은 위의 기사에 따르면 전직 역도 금메달리스트라는 나우루의 '마르쿠스'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은 보지 못했고, (사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왜 못봤는지 모르겠다. 편집인가...) 마지막에 소개된 것은 쌍동이 정치인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총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런 저전 잡설은 냅다 집어치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1.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형제지간이다. 그러니까 한 집안의 두 아들이 둘 다 정치인이다. 이게 사생활이냐?

2. 형제가 둘다 집권자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 안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을 때 얘기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소리다.

3. 2번과 상관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혹시나 상득이 형이랑 명박이 동생을 결부지으려는 것이라면 제발 제발 참아주길.

4. 뜬금없는 대통령 스토리는 뭔가. 우리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나 몰디브 대통령에 대한 스토리는 관심이 없다.


언론이 정권에 장악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는 이미 우리는 5공에서 봤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난리치는 국민이다. 땡전뉴스도 봤고, 그 전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위대한 영도력 아래서 제한된 TV와 신문으로 보며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신문지로 덕지덕지 발려진 그 터널을 달려왔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이 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권이 언론의 장악을 위해 그 난리를 치는 것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니까. 그런데, 뉴스에서 이렇게 나불나불 떠들어 대면서 우리가 언론 장악했어요 하는 짓은 너무 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식상했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명박 정권에서는 오락프로그램을 장악한다. 이미 무한도전이나 빵꾸똥꾸 사건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시사프로그램의 장악이 어렵다는 사실(아마도 너무 눈에 빤히 보인다는 점 때문이겠지)을 간파하신 이 정권께서는 오락프로그램 건드신다.


사실. 아마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락프로그램에 대해 일언반구 논평하실 게 없으실 거다. 장악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동네 깡패들 중에서 가장 하수들이 하는 짓이 바로 삥뜯기다. 지나가는 꼬마 불러다가 삥뜯어내시는게 주 업무요 그게 하수다. 이런 하수 급의 양아치들이 성장하여 동네를 완전 장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알아서 바친다' 동네 꼬마들이 알아서 보호비 명목으로, 세금 처럼 모아서 바친다. 물론 오른팔 정도 되는 꼬봉이 그 돈 수거해서 가져온다. 재미있는 것은 이럴 경우에 경찰도 별로 어찌 할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돈을 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니고, 살살 꼬드긴 것도 아니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어쩌라고? 지들이 주는데 어쩌란 말이냐? 날 잡아잡수 하며 스스로 껍질 까고 있는 쏘세지 안먹으라고?

장미란 앞에서 사과박스 들다 허리부러지는 소리하고 있네.
알아서 알아서 귤껍질 까고 입에 넣어주는데 안먹는 놈이 병신이다. 방송도 똑같다.

스펀지는 그러고 싶은 의도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알았으니까 닥치고, 왜 하필이면,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소개하면서 왜 형이랑 동생이랑 둘 다 정치하고 있는 그 동네 얘기 해 주시느냔 말이다. 그건 사생활도 아니고, 그나라의 정치상황이다. 우리 동네 상득이형과 명박이 동생은 전혀 딴판이니까 웃기지 말자. 상득이 형님께서는 동생이 대통령이라 물러나려고 하신 분이시던가? 못나간다고 사지 뻗어 버티시던 분이다. 아직도 건재하시고 말이다. 그분은 상왕(上王)이시니까.

언론 장악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론이 알아서 기어다니는 짓이다. 무서워서 퍼떡 드러누워 배 내밀고 이렇게 기어다니는 언론. 그런 언론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말해주마.


10년 후 20년 후 우리 언론이 이명박 정권에 살랑거리는 것이 옳지 못했다고 누군가 일갈할 때, 지금 스펀지를 만들던 누가 그것을 반성할까. 나는 안그랬어요 하며 반성하지 못하고 우리의 친일파 청산 처럼 역사에 맞긴다느니 어쩔 수 없었다느니 하며 개거품 물고 변명하며 나는 죄없네 하고 빠져나갈 것이다. 그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왜곡되어버린 우리의 현대사를 전달하지 못한 책임은 이명박에게 짊어지게 한 채, 자신을의 손을 씻으며 예수를 죽였던 본디오 빌라도 처럼 그들은 발을 뺄 것이다. 그 언젠가 친일파 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언론을 움직이는 원로로 남을 것이고 우리는 그런 언론인들의 후예를 계속해서 우리의 언론이라 믿고 의지해야 하는 불행한 민족이 될 것이다.

그럴 것이다.



알아서 기는 소극적이지도 못한 비열한 배신자들.

나서서 때리지도 못하는 비겁한 박쥐들

우리 언론은 스스로 그렇게 되려는 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벌써 그렇게 되었거나.



(덧붙이자면, 앞의 신문에서의 프로그램 내용과 실제 방영내용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이상득과 이명박을 위한 막판 뒤집기 쑈였을 가능성이 크다. 언론에 흘리기는, 아니 미리 편집된 내용에서는 그런 얘기 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 쌍동이라는게 뭐 그리 사생활이고 인간적이라고- 막판 경영진에서는 뭔가 꼬리를 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더럽게도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결단코

"아니면 말고" 다.

나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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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질을 위한, 낚시질에 의한, 낚시질의 프로그램 >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조금 의아해 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 부터 들었다. 시간 많고 궁금증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홈페이지 뒤지는 것인데, 홈페이지에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제작의도나 그런 내용은 없더라고.

근데, 이 진실게임이라는 프로그램. 참 재미있게 보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특정의 몇몇 프로그램을 빼고는 정규 공중파 방송은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별로 볼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뭘까?

- 진실한 사실과 거짓을 섞어놓고, 패널들과 시청자로 하여금 이를 가려내게 하는 프로그램.
- 그 과정에서 능청스러운 출연자들의 연기와, 패널들의 추리에서 오는 즐거움을 주기 위함.

뭐 대충 이정도라고 생각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최근 며칠간 봐왔던 정형돈의 결혼 여부에 대해 연일 보도해 주었건 것은 sbs의 진실게임이 아니라 다른 신문들이었다.

< 데일리 서프라이즈 >
< 한국일보 >
< 중앙일보 >
< 스포츠조선 >
< 한국경제 >
< 또 한국일보 >
< 데일리안 >
< 또 데일리 서프라이즈 >
< 조선일보 >
< 또 중앙일보 >
< 또 또 한국일보 >
< 또 한국경제 >
< 또 조선일보 >
< 매일경제 >
< 또 매일경제 >
< 또 스포츠조선 >
< 또 또 조선일보 >
< 또 또 매일경제 >
< 또 또 한국경제 >
< 디지털타임즈 >
< 또 또 또 매일경제 >
< 또 또 데일리 서프라이즈 >
< 뜬금없이 낚시질 기사 써 주셨던 바로 그 마이데일리 >

........................................ 더 있다. 아니, 훨씬 많다. 더 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

그런데, 이 진실게임이라는 거 말인데,
이거, 거시기 아닌가? 원래 낚시질을 하기 위한 것 말이다. 원래 출연진들이 패널들을 최대한 속여서 뭔가 재미를 끌어내는 것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라고...-_-

그런데, 정작 방송이 되기 전에 우리의 재미를 희생시켜 설레발을 친 놈들은 뭐지?
실제로 기자들은 출연진이나 패널들을 찾아가서 물어볼 수도 있고(아니면 촬영장에 가서 직접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직접 나중에 물어봤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정형돈이 끝까지 모르는 척 했다면, 정형돈은 sbs에서 감사패 한개 줬어야 한다. 시청률은 끝나게 올려준게지)

기자들은 뭔 생각으로 이걸 기사로 그리도 여러번 써 먹었느냔 말이다.

게다가 낚시질하는 프로그램 욕까지 해 가면서 허탈한 시청자들 한번 더 울리느냔 말이다.
스스로 "다양한 소재로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한 진실게임에 대해 나중에는 "알맹이 없는 연예인들의 러브 스토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단순히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만 한 것이다"라며 이번 사태를 평가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언론이랑 많이 다른데?

물론, 마이데일리는 다른 언론사의 찌라시 같은 연예인 관련 기사에 비해 사생활에 관련된 시시콜콜한 스토리가 많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마이데일리의 이번 지적은 일견 옳은 것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데일리의 <누군가의 이상형 어쩌고> 기사라던가, <지들끼리 떡을 치는지 마는지 소문도 많고 말도 많은 더이상 보고싶지 않은 스캔들 기사(기사내용과 내가 붙인 기사 제목은 뭐 전혀 관련 없다.-_-)> 같은 것들이 용서받는다고는 안하겠지만, 아무튼, 다른 신문에 비해 그런 기사가 적은 마이데일리가 하니까  일견 옳다고 하는 거다.

지금까지, 언론이 우리게에 흘렸던 시시콜콜한 연예인 사생활 이야기들은 누가 만들어냈던 스토리일까. 우리가 연예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얼마나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어느 언론이 선을 그어 알려주더란 말인가?

언론이 특히 말하는 이른바 "시청자들의 알 권리(Right to Know)" 라는 것이 우리의 말초신경 끝에 달랑거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그 따위 알 권리는 포기하고 싶다. 지금은 연예인의 privacy지만, 내일은 내 privacy가 될지 누가 아는가?

연예인의 사생활 까발리기로 지금까지 언론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여자의 사생활은 거의 외울것 같다.



진실게임은 어짜피 그런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니 그렇다고 치자는 것이 내 생각인데, 그렇기 때문에 마이데일리의 이번 기사는 타겟을 좀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이데일리 기사내용의 상당수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대상이 진실게임이라는 것. 그것만 아니었다면 간만에 읽을만한 기사였을 것이다.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다.

연예인의 privacy와 우리의 알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privacy가 오히려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연예인의 사생활과는 상관없이 살아갈 권리가 언론의 "알릴권리(Right to inform)"와 충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알 권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연예인의 사생활 따위에 귀기울이지 않을 권리(Right to be indifference)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