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만났을 때는, 어쩌면 매일 카메라를 들고다니는 나 같은 사람 만나기 전에는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어찌나 얼굴을 못 찍게 하는지, 헤어져 집에오면 얼굴을 까먹을 정도였다. 속으로 얼굴에 금칠했나 싶기도 해서 답답하기도 했고, 그 얼굴 좀 사진 찍게 해 주면 닳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수십번 들이대니 이제는 들이대면 화장도 고치고, 이표정 저 표정 지어가며 나름 꽃단장도 한다. 아직도 얼굴을 클로즈업 해서 찍으면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고, 부끄럽다고 타박하지만, 사실, 그런 사진은 나 혼자 보기도 아깝지.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도 올리고 싶지만 아직은 나 혼자 감상할 수 밖에. 이제 앞으로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도 생기고 그럴텐데 그 전에 많이 찍어두고, 변해가는 모습도 찬찬히 찍어둬야 겠다. 그래야 나중에 히히덕 거리며 우리도 나이 들었다고 추억할 수 있을테지. 그렇게 히근덕 대다가, "그래도 내눈엔 아직도 최고로 이뻐"라는 멘트는 빼놓지 않고.
그러고보니, 뒷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모습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보는데, 사진 찍을 때 몇번을 빼면 뒷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단지 뒷모습을 못본 것이 아니라 뒤에서서 그냥 지켜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힘들고 어려운 일 있을 때에도 내 고집만 많이 부렸지 정작 믿고 뒤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는 그런 것을 잘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하긴 그려려면 내가 더 믿음직 스럽고 좀 덤덤하고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고집은 황소고집(미국산 아님)에 그다지 신중하거나 진중한 성격도 아니고, 욱하는 꼴통기질만 없을 뿐이지, 다분히 무대포에 격렬한 반동분자니 내가 보기에도 뒤에서 묵묵히...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으니 어떻게 하나. 저렇게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아무것도 해 주는 것 없이 더 힘들게만 하는 것 같으니 이거 참 난처하다. 배가 나와 몸무게는 늘어도 듬직한 산처럼, 하다못해 동네 뒷산만큼의 편안함 같은 것을은 언제쯤에나 선물할 수 있을지. 노력을 요함이다.
그래도, 가냘픈 저 몸으로 그래도, 잘 버티는 것 같다. 버틴다라기 보다, 잘 하는 것 같다. 기특(?)하다. 어쩔 때 보면 10대 처럼 방방 뛰고 그러지만, 또 어쩔 때 보면, 큰딸답게 무게감 있게 든든하기도 하다. 중국에 4초주의(四草主義)라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강한 바람이 불어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람이 부니, 바람 한번 진하게 불고나니 알것 같다. 풀이 강한 것을 알 것 같다.
처음에 저 옷을 입고 양떼 목장 간다고 했을 때는 좀 야한 것 같더라. 어딜 다 큰 처녀가 어깨를 훤~히 드러내고 저 짧은 치마까지. 그런데 역시 사진 찍어놓고 보니까 좋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옷이라는 것에 대해 의견 따위를 가질 것이 못된다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minolta XD / minolta md 20mm f2.8 / film(?)
김광석 제1집 첫 곡, '너에게' (이 노래 제목을 몰라 어제 한참 헤맸다;;;)
more..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조각 구름과 빛나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있는 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 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듣고있는지 음
나의 정원을 본적이 있을까 극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끝없이 피어있는 언제든 그문은 열려있고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어릴적 내 꿈 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네가 그것들과 손잡고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오면 내 여린 맘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 너에게 꺽어줄께
가만 생각해 보면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닌 것 같다. 난 차도 없었고 면허도 없었는데, 차도 있고 운전도 하니까 같이 여기저기 많이 다닌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면허를 따니까 요즘은 더 많이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좀 미안하다. 운전도 못하고 '법의 보호를 받는' 술쟁이 초빼이가 얼마나 귀찮았을까. 남들은 남자친구 차 타고 여기저기 많이도 놀러다니는데, 차만타면 머리 박고 골아떨어지는 만성음주에 숙취해소 필수인 남자친구가 얼마나 미웠을까. 그나마 길이라도 잘 찾아주면 고마운데 어쩔 때는 지가 살고 있는 집도 어딘지 몰라 동서남북 헤매고 다니는 길치이니 그 답답한 심정 오죽했으랴. 같이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니자고 했지만 주말만 되면 찾아오는 피곤함과 게으름 때문에 겨우 대관령 양떼목장도 1년동안 계획해서 겨우 살짝 다녀왔을 뿐이니 사실 멀리 다녀온데도 별로 없다.
놀러가서도 남들처럼 추억을 만드네 어쩌네 하며 자기 나잡아봐라 하는 멋진 광경 만들기 보다는 이번달에 산 카메라 지난주에 산 렌즈 테스트 한다고 사진이나 찍어대고 있으니 이쁘게 보일리가 있나. 그나마 DSLR이면 찍고보고 찍고보고 하는 맛이라도 있을텐데 이건 생각은 첨단인데(?) 하는 짓은 고조선 중반 환웅이 단군 어리둥둥 안고 있을 때 같으니 필름이 뭐가 좋네 어쩌네 하고 자빠져 있으니 환장하겠지.
그래도 고맙다. 그런거라도 좋아해 주니. 피곤할 때 같이 피곤해 해주고, 게으를 때 같이 널부러져 주고, 운전할 때 옆에서 살짝 졸다가 의자 뒤로 확 제껴서는 고롱고롱 선잠도 자주니, 고맙다.
나는, 아니 대부분의 남자는 긴 머리를 좋아한다. 아니, 모든 남자들이라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만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머리를 한번도 제대로 자르지 못하게 했으니 아마 지금은 저 머리보다는 길 것이다. 확실히 길다. 그런데, 저렇게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는 것도 꽤 이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스튜어디스 처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러하다고 하지만, 단지 그렇게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스타일을 예쁘다 어쩌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머리를 뒤로 잘 묶어 예쁘게 보이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이마다. 한 때 엄정화가 도톰한 이마를 만들기 위해 서해 앞바다 만큼이나 많은 보톡스를 달고 살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처럼, 앞으로 살짝 도드라진 이마만큼 예쁜 이마도 드믈다. 나도 소위 짱구라는 머리모양을 가지고 있어 두상이 못났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사는데=_= 불행히도 나는 뒷머리가 심하게 짱구지 앞머리는 보통의 그냥 그런 수준이다. 근데 앞머리가 예쁜 햇밤 잘 닦아놓은 것처럼 반반한게 여간 이쁘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다리가 참 이쁜데, 남들은 말랐다고 한다. 근데 진짜 사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진짜 이쁘다.
보통 다리가 두꺼우면 이쁘다고 하기가 어렵다. 물론 두꺼운 다리도 이쁠 수 있다. 그런데, 워낙에 외모지상주의에 폭 빠져버린 우리나라에서는 두꺼운 다리로 승부한다는 건 어떤 면에선 무모하기도 하다. 아무튼, 두꺼운 다리도 예쁠 수 있다 얼마든지. 그런데 날씬한 다리의 경우에는 오히려 다리가 예쁘기 어렵다.
다리가 날씬하면, 종아리에 알이 톡 도드라져 보이기 쉽다. 얼마전에는 이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유행 했었지만, 그 부작용이 많다고 해서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이 만큼 여자들은 그 알(?)에 신경쓰지만, 다리가 얇아지면 그 알이 통통 보이니까 싫어한다. 이런 다리는 예쁜 다리가 되기 어렵다. 또 너무 날씬하다보면, 무릎 주변에 밀집된 근육이 두드러지게 발달해서 울퉁불퉁하기 쉽다. 이건 운동을 한다고 없어지거나 하기 어렵다. 사실 이런 것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끔 다리가 날씬하고 이쁘다는 연애인들이 각선미를 자랑하는 사진을 보면 무릎 주변의 근육 덕분에 다리가 안 이뻐 보일까봐 무릎을 살짝 굽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날씬한 다리가 예쁘기는 정말 어렵다.
근데 다리가 참 예쁘다. 근육이 도드라져 밉게 보이지도 않고 휘어져 불안하게 걷지도 않는다. 처음엔 무릎을 살짝 덮어버리는 치마만 입더니, 내가 짧은 치마 입은 것 보고는 몇번이고 예쁘다고 하니까 이젠 거의 미니스커트만 입는 것 같다. 얼마전에는 정말 짧은 미니스커트를 사서 입었더라. 근데 그건 너무 짧아서 남들하고 있을 때는 못 입게 해야겠다.
사실, 좀 말랐다고 남들이 그러지만, 내가 보기엔 좋다. 마른 건 사실이지만, 그게 좋은데 뭐 어떠랴. 약간 살이 좀 쪄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싫은 것도 아니니 찌면 좋고, 안쪄도 좋고. 광각렌즈로 찍으면 좀더 길게, 좀더 마르게 나오지만, 그건 렌즈 때문이지 사람 때문은 아닌 것이다. 중요한건 그렇게 찍혀도, 그렇게 찍혀서 나는 더 좋다는거.
사진을 잘 찍지도, 잘 찍고자 하는 의지도 없이 셔터만 눌러대고 있지만,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항상, 좋다. 그게 좋은 사람을 찍어서 좋은 건지, 좋은 사람과 같이 있던 시간이 생각나서 좋은건지 그건 모르겠고, 사실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만, 좋다.
처음엔 사진 찍는답시고 이것저것 해봐라 이렇게 포즈를 잡아봐라 저렇게 시선좀 돌려봐라 요구도 많이 하고 했지만, 그리고 그만큼 더 어색해 했지만, 이제는 좀 익숙한지 혼자서도 잘한다. 그치만 아직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잘 못하지만, 예전처럼 어색해 하지도 않고 해 달라는 포즈도 잘 잡아주니 좋다. 혼자서 이렇게 잘 잡고 서 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