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울다

Posted 2007. 12. 18. 18:56


30년 넘게 살면서 정치적으로 울었다고 할만한 것이 모두 3번이다.

1997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철없는 대학 졸업반인 나는,

맥주잔 높이 치켜들며 울먹였다.

김대중이 죽일 놈이건 살릴 놈이건, 수십년 이어져온 민주화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수없이 들었던 광주의 불편한 진실이 정의로 선다는 느낌을 받았다. 혈기 왕성하고 정의가 아닌 것에 분노할 줄 알았던 20대의 나는 김대중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울먹였다.




2002년.
대선에 노무현이 나왔다.
바보 노무현.
군복을 입고 있던 나는 그의 당선을 보며 또 울먹였다. 김대중이 못한 짓을 그 놈이 하게 될것이라고, 진짜 민주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이불 뒤집어 쓰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했던 군인은 또 그렇게 울먹였다. 20대의 마지막 선거에서 나의, 그리고 노무현의 승리를 보며 나는 믿었다. 이젠 울지 않을 것이라고.


2004년.
바보 노무현이 또 바보같이 일을 저질렀다. 탄핵.
이제 30이 되어버린 나는 또 울었다.
소주잔 아래로 향해 그 잔 위로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아직도, 이 열정이 남았구나 하면서 촛불을 들 수 없었던 나는 울었다.
국민이 아닌 민중이 되기 위해 울었다.




2007년
내일

또 한번 울게 될지 모르겠다.

왜인지 모르겠다.
왜 내가 또 '정치적으로 울어야 하는지.

또 한명의 바보 때문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