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보는 환율 이야기 - 1

Posted 2008. 10. 1. 14:41

환율님께서 드디어 1,200원을 돌파하셨다.(오늘은 조금 빠져서 1,190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왜 환율이 올라서 이 난리일까. 이명박이 얼마나 잘못했고, 강만수는 얼마나 잘못을 했길래 환율이 오르는 걸까.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사실, 나도 이런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그다지 많이 알지도 못하고, 배운 적도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어떤지 왜 이런 현상이 왔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오늘 이 얘기를 해 보려 한다.

초장에 이런 말하면, 김빠지지만, 이 글의 제목처럼, "심심하면" 보는 것이니 본의아니게 잘못된 정보를 들려줄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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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우리나라의 원화와 달러의 비율로 표시되는 돈의 가치를 말한다. 현재의 환율이 1,200원이라면, 1달러를 사기 위해서는 1,200원을 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우리가 달러를 살 때 내야 하는 돈이 더 늘어난다는 말이고, 환율이 내린다는 것은 돈을 더 적게 주고도 달러와 바꿀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1. 환율이 오르면 속이 쓰리고 밥맛이 없어진다.

환율이 오르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가가 오른다. -_- 당연한가...?

예전에 외국에서 100달러에 수입해 오던 물건이 있다고 하자. 물건 값은 그대로이고, 환율이 오른다면, 여전히 그 물건은 100달러에 수입해 올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올랐으니, 수입업자는 1달러가 930원 할 때인 작년 말에는 그 물건을 93,000원을 주고 사와서 약간의 이익(예를 들어, 10%라고 하자)인 9,300을 붙여, 우리에게 102,300원에 팔았다.

어제의 환율 아직도 ㄷㄷㄷ;;

그런데, 환율이 1,200원으로 올라 100달러 짜리를 사오면, 120,000원을 지불해야 하고 역시 10%의 이익을 붙인다고 할 때, 132,000원으로 팔게 된다. 결국 환율은 270원 올랐으니, 물건 값은 그 100배인 27,000원 정도가 오르게 된다.(정확하게는 27,000원이 올라야 하지만, 이익 때문에 29,700원 정도 올랐다. 아니면 수입업자가 이익을 줄여야 한다.) 월급도 올라야 하지만, 안오르는게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된다.

이게 쌀이나 물 처럼 생할필수품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사먹어야 하는 물건이니 어쩔 수 없이 산다고 치자.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그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제까지 택시를 10일에 한번 탔다면 우리는 이제 15일쯤에 한번 타야 할테고, 그러면 택시기사의 수입도 줄어드니, 택시기사의 아들은 학원 한개를 덜 다녀야 한다. 아마도 대학가는 것과 제일 상관 없어 보이는 태권도 학원을 끊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순환되다보면, 태권도학원 관장님네 딸은 음대 갈거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이제 피아노 학원은 못다닌다. 피아노 학원 원장님은 신혼이라서 이번 여름에 태국에 여행가기로 하던 것을 해운대로 급변경 해야만 한다. 여행사 김양은 이번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자 사장님한테 삐져서 사장님 커피에 침을 뱉었다. 김양의 동생은 아직 학생이라 언니다 벌어오는 돈으로 용돈을 받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달 용돈은 절반 삭감. 더럽고 치사하고 언니가 돈 가지고 유세떠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 달에는 품위유지비를 좀 줄여서 아웃백에는 다음달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두달 세달 지속되다 보니, 친구들도 자기를 멀리하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한번 아웃백에 갔더니, 고양이 밥 사줄 돈이 없다. 며칠 고민했지만, 대책이 없어진 김양의 동생은 어짜피 언니가 싫어하던 것이니 차라리 잘된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고양이를 팔았다. 새끼일 땐 귀여웠지만 이젠 커버려 별로 많이 받지도 못했다. 멋모르고 고양이를 사간 오양은, 고양이 밥 줄 돈이 없다는 엄마말에 눈물을 머금고 고양이를 방치했고, 고양이는 집을 나가 버렸다. 밥도 안주는 집구석;;;;; 우리의 고양이는 밥거리를 헤매며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차에 치어 로드킬을 당했고, 오늘도 출근하다 그 모습을 본 당신은 속이 미식거리며 불편한게 영 이상해서 쓰리고 점심도 맛이 없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밥맛이 없어진다.


그럼 환율은 왜 오른 걸까?


2. 나 때문은 아닙니다.

환율은 도데체 왜 올라서 데이트할 때도 돈 걱정하게 만드는 걸까(여자친구 없는 사람들은 기분 나쁠지도;;;)?

노무현 정권 말기에는 930원 정도였다. 환상의 환율 930원!!!!!!

이 사람이 만수씨. 최주봉과는 무관


이명박이 집권하자, 이명박이 임명한 경제장관인 강만수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고환율 정책을 쓰겠다."

고환율이 적절한 조치인가는 둘째 치고, 그 결과만 보기로 하자.

미국에 사는 마이클은 돈이 좀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주가가 좀 올라서 한국에다가 투자해서 돈 좀 벌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떨까 하고 신문을 봤더니 새로 대통령이 된 프레지던트 명박Lee께서 고환율로 간다고 하길래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마이클이 올해 한국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1,000달러. 이 돈을 원화로 바꿨더니 93만원이 나왔고, 이 돈으로 (주)오덕상사의 주식(1주 가격 1,000원)을 샀다. 모두 930주. 주가가 올라서 오덕상사의 주가는 1200원이 되었고, 93만원을 투자한 마이클의 돈은 1,116,000원이 되었다. 달러로 환산하니, 1,200달러. 200달러를 벌었는데, 고환율이 된단다! 지금 이 돈 1,116,000원을 1,200달러로 바꿔서 가지고 있으면(투자금 회수) 1달 후에 원화가 1,000원으로 오르면, 1,200,000원으로 바꿀 수 있고 이 돈이면 오덕상사의 주식을 1,000주 살 수가 있다!! 오호... 잠시 침을 삼키던 마이클은 주식을 모두 팔고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가져갔다. 아무튼, 마이클은 1,000달러로 1,200달러를 벌어서 가져갔다. 한국에 대한 투자는 한두달 후에 고환율이 되면 하기로 했다.

이런 마이클이 1만명이면, 1,200달러가 빠지는게 아니라, 1,200만 달러가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에 있던 달러가 갑자기 씨가 말랐다. 마이클이 투자했던 (주)오덕상사는 외국에서 물건 사올 때는 달러로 줘야 하는데 달러가 없으니 외국은행 가서 바꿔야 한다. 수수료 물어주니 우리나라에서 930원이면 1달러 살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은행에서 바꿔도 수수료를 내지만 어짜피 우리나라에서 돌고도는 돈이지만 외국은행에서 바꾸면 외국이 꿀떡 먹어버린다) 수수료 때문에 950원 줘야 한다. 근데, XX은행에서 달러가 좀 있으니 945원에 바꿔가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외국에서 보다 5원 싸다. 거기에서 돈을 바꾸는 기업이 많아지니, 결국 모든 은행이 945원으로 따라한다. 이렇게 환율은 945원으로 결정된다(결정된다기 보다, 945원이 적절한 가격으로 인정받게 된다).

아직 고환율 정책은 한다고만 말했지 아무 짓도 안했는데 아무튼 15원 올랐다.
시작도 안했는데 환율이 오르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돈을 더 빼간다. 마이클도, 한두달 기다리기로 했는데 더 팍팍 오를 것 같아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두어달 정도. 마이클보다 머리가 나쁘던 제임스는, 이제서야 마이클의 고귀한 뜻을 깨닫고 1,200달러를 빼간다. 제임스가 또 1만명이다. 또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환율이 15원 올랐다. 960원

그러다가, 정부가, 강만수가, 안된다고 생각을 했는지 외환보유고를 풀어버린다. 마이클과 제임스가 가져간 2,4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미 환율은 960원인데. 아무튼, 돈이 돌고도니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이상하다. 왜일까?
고환율 정책을 쓴다고 했으니, 환율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인 투자자 존이 아직 남아있다(실제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우리나라사람도자 외국 사람이 더 많이 투자했다. 금액으로는). 그 돈을 들고 또 가버렸다.

정부가 한없이 돈을 풀어서 쏟아부을 수도 없는 일이고, 하다보니 고환율 정책을 쓰기도 전에 고환율이 되어버린다. 거기다가 요즘엔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자원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우리나라에선 다 수입해야 하는데, 100달러에 사던 코끼리 코딱지 1kg이 120달러가 되어버렸다. 환율이 930원에서 960원으로 올라서 그나마 93,000원에 사던 코끼리 코딱지 1kg이 111,600원이 된게 아니라, 115,200원이 되어버렸다. 93,000원이 115,200원이 되니까 물건 값은 20% 올랐는데, 수입가격은 거의 24%가 올랐다. (정확히는 23.871%가 올랐다)

그래서 또 물가가 올랐다. 그래서 나는 10일에 한번 타던 택시를 15일에 한번 타고 택시기사 아들은 태권도 학원을.........ctrl+v..

-----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