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윤리와 조직윤리

Posted 2009. 6. 23. 18:30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다니던 언제쯤에 이른바 "좋은 거짓말"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되었고(white lie라는 영어단어를 알게 된 건 한참 후일 것이다) 중고등학교 언제쯤인가 이른바 '상황윤리'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어 도둑과의 약속이라는 문제에 대한 시험문제를 틀려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꼈던 적이 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상황윤리라는 것 보다는,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 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것을 공부했었고, 그런식으로 개념이나 가치관을 정돈해 갔다.

중고등학교 때 고민했던 도둑과의 약속(정확하게는 강도와의 약속인 것 같다)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강도가 집에 들어와 칼로 협박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당장은 돈이 없지만, 내일 그 강도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강도를 보낸다. 나는 과연 내일 약속대로 강도에게 돈을 줘야 할까?

정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지킬 필요 없음' 이었다.(나는 강도와의 약속도 약속이고, 사소한 약속을 안지키면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작은 약속을 안지키다 보면 언젠가는 큰 약속도 양심의 가책없이 안지키게 된다는 논리로 답을 썼다가..... 틀렸다. -_- 어쩌면 그 때의 충격 때문에 약속따위(?) 잘 안지키는 나쁜 어른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못생긴 신부(新婦)에게 예쁘다고 하는 것,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약이 아니라고 하며 약을 먹게 하는 것 등등 이른바 white lie도 넓은 의미에서 상황윤리로 면죄(?)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 때 제대로 배웠던 것 같다.

상황윤리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에서의 상황윤리가 어느정도는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좋건 싫건 용인하는 입장으로서 이건 그다지 고민되지는 않는 문제인데,

최근 이른바 '조직윤리' 라는 개념도 비슷한 범주에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회 전체의 가치라고 하는 기준으로 볼 때에는 그것이 비윤리적이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성과, 유지 등을 위하여, 즉, 조직을 위하여 해야 하는 것.

그것이 과연 옳은가.

조직의 현상유지 또는 발전을 위하여 사회 전체의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
나아가서는, 내가 속한 조직이 사회 전체의 윤리와 안전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조직의 이익과 사회 전체 또는 국가의 이익이 상충될 때 나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이른바 내부고발자의 문제로까지 귀결되겠으나, 이는 단순히 비윤리적인 사안에 관한 것이 아닌 조직의 범죄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선택이 단조로울 수 있다. 단순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윤리적 문제 또는 신념의 문제에 관한 사항이라면, 조직을 위하는 행위가 어떤것인가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전쟁인 이라크戰에 파병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는 판단을 했던 노무현도 같은 고민을 했을지 모른다면 오바일까.


아무튼,

조직윤리의 내부적 승화.

고민을 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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