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란은 골았습니까?

Posted 2009. 5. 13. 18:17


< 이명박과 자다 인나 삽질하는 키워들 - 하민혁의 민주통신 >

계란이 골았다니, 이게 뭔 소린가?
계란이 골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계란이 골았다는 이 엉뚱한 말로 제목을 뽑은 것은, 그의 글을 보면서 진중권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진중권의 계란 발언은 여기에 나온다.

(1분 25초 쯤 부터 나온다)

계란이 골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과연 우리가 치킨이 되어야 할까.
뭐 그럴 필요는 없다.

요즘 세상이 재미있는 이유중에 하나는 더많은 정보 채널과 더 많은 언론과

다음 부터는 어느 식당의 곰탕인지 전화번호도 알려주시라

더 많은 헛소리들이 너무나 자주 우리 귀에 들리고, 우리 눈에 보이고, 우리앞에 펼쳐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선시대 같으면 왕이 붕어하셨다는 소식은 석달 열흘이 걸려야 저 멀리 삼남지방에 퍼져서 갓쓰고 수염기른 유생이 미쳐 왕의 가시는 길 지켜보지 못해 거시기 하며 옷고름을 풀고 울었다지만, 요즘에야 뭐 그럴 일이 있으랴. 대통령이 하루에 몇번이나 화장실을 갔는지까지 알려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뉴스가 줄줄줄 새어나가는 시대가 우리를 더 피곤하게도 하지만, 더 재미있게도 한다.

전직 대통령의 곰탕 저녁식사가 뭐 그리 중요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특보가 되는 세상이다.


이명박 까대기가 요즘 유행이다. 뭐 물론 대단한 일도 아니고 대통령 까대기야 전직 대통령 때부터 유행한 국민스포츠니, 주연 배우 바뀌어도 여전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했다. 숀 코네리가 하던 007을 로져 무어가 하고 피어스 브로스넌이 하게되다가 이제는 거 누구냐 .... 누가 하더라도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듯이 말이다.

대통령 까대기 시즌2가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약간의 스릴을 겸비한 서스펜스로 우리의 재미를 증대시켜 준다는 점과, 노무현 때와는 항상 다른 결론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노무현 때는, 모든 까대기 드라마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로 끝났었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그거 하나면 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사실 그랬던 이유가 다 노무현 때문이다) 근데, 이번 이명박 대통령은, 결론이 항상 허무개그이거나 황당뉴스 이거나, "세상의 이런 일이" 이거나 뭐.. 아무튼 그렇다. 반전의 재미(?)가 너무 많다.

대운하는 안할 건데 4대강 정비는 꼭 할거라고 한다거나,
집값은 잡고 투기는 근절할건데 종부세와 중과세는 폐지한다거나,
국민과 소통은 할건데 명박산성은 세운다거나,

클릭비의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애교로 들릴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시니, 굳이 애타게 어느 부분에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를 넣어야 개그의 재미가 증폭될지 걱정 안해도 되고 얼마나 편한지 모르겟다.

눈이 작아서 미래를 잘 보는 우리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의 앞으로의 개그 생활을 내다보고 한 것인지 모르겟지만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의 언론들이 전직 대통령이 저녁으로 무얼 먹었는지 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 시점에 우리가 왜 이명박과 굳이 잠자리를 같이 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오명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나는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꼭 축하받으려는 건 아니고, 난 결혼한지 벌써 두달이나 되어간다. 물론 여자와 결혼했다.)

하민혁씨다 통신 보안상의 조치로 인해서(?) 뉴스를 못보셔서 그러신가 본데, 네이버에 등록된 언론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눈이 작아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사의 내용으로 뽑은 기사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보면,  헤럴드 경제, 문화일보, 프레시안, 뉴데일리, 데일리안, 해럴드 생생뉴스, 국민일보 쿠키뉴스, 그 외에도, 연합뉴스, 뉴시스 등등등 세기가 귀찮을 정도로 많다. 우리가 굳이 그걸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필요가 없다.(혹시 나를 순방길에 데려가 준다면 유심히 봐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이명박의 이 발언에 대해 꾸짓고 욕하는 이유는, 미래는 커녕 한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 처럼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기가 막혀서다. 이명박이 싫어서 그냥 그런 사람도 있겟지만, 아무튼.

고도의 이명박 빠돌이가 아니더라도 뉴스만 좀 관심있게 보면 된다. 는 말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런거다.

1. 이명박이 이렇게 말했다.
2.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3. 그래서 블로그에 욕하기도 하고, 패러디도 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등장!
4. 그랬더니, '얼마나 작정하고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렇게 시시콜콜 대통령의 뒤를 캐고 다니길래 그런 말까지 하냐?'고 한다.

아니, 이게 아니지 않은가? 이런 말을 블로거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느냔 말이다.
이런 말을 기사로 뽑은 기자들을 욕한다면 인정할 수 있겠다. '저게 기사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냐?'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이명박 까대기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 나도 요즘 하도 많이 까대길래 3개중에 1~2개는 넘어간다. 이명박이 원래 그렇지 뭘 하면서 그냥 넘어가고 한숨한번 쉬고 만다. 그런데 이건 숫제, 엉뚱한데 욕이다.

계란이 골았어요 라고 소리쳤더니,
도대체 양계장에서 하루에 나오는 계란이 얼마나 많은데, 그 계란을 하나하나 얼마나 시시콜콜 들여다 봤으면 계란이 골았다고 지랄이냐는 투다.

내가, 우리가 계란이 골았다고 한다고 해서 내가 치킨이거나 닭대가리라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서 한 발언이 대통령의 평소 행실과 맞지 않는데서 오는 언론 소비자의 반응에 대해, 계란도 못 낳는 것이라고 욕하는 것으로 밖에 안들린다.

더 웃긴건,

도대체  거기 가서 또 동조하고 있는 사람들은 또 뭔지 모르겠다.


이명박이 어디가서 어떤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고 다니는지는, 아침에 30분 정도만 투자해서 신문기사만 읽어도 충분하다.
괜히 대통령의 침소까지 들춰보냐고 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알기에, 대통령 역시 동성연애자는 아니다.

게다가, 이명박의 발언에 대해 포스트를 썼던 블로거들은,
60대 노부부의 잠자리에 대해 추호도 관심 없다.

문제의 본질은 뭔지 관심도 없이, 무슨 황색 언론을 혼내는양, 가장하며 홀로 황색이 되어버린 언론 아닌 언론이 이 동네를 더럽히는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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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낭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

일제시대 한 민족시인은 모란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렇게 노래했다.
아직 채 피지도 않은 모란을 위해 울기보다, 뚝뚝 떨어지는 그날까지는 차마 흘리려던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렇게 기다린다고 노래했다.


MBC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마침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 처사에 대해 "회사의 결정"이라는 짤막한 평가를 내렸지만, 그 짤막한 평가를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논란과 슬픔속에 그렇게 물러난 신경민 앵커를 대신해서, 한 신문의 사설은 이런 말을 풀어냈다.


[사설] MBC 앵커 교체, 백기투항의 신호인가

-前略-
MBC 앞에는 이런 난관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엄 사장에게서 드러나는 인식의 혼란이다. 그는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 목표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송”이라고 했다. 그러면 외부 압력에 굴복해 내부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앵커를 자르는 것이 이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가. 앵커 교체 문제를 놓고 1주일 이상 이곳저곳 눈치를 보는 리더십 아래서 MBC가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확보 운동의 본진(本陣) 노릇을 할 수 있나. 이미 보도의 연성화, 몸사리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MBC마저 정권에 투항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사설에서 말하는 바아 같이, 엄기영 사장의 리더십의 부재에 따른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라고 쉽게 판단을 내릴 사안인가하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조하고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라고 하는 큰 조직을 지켜내야 하는 엄기영의 고민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지는 않는 것일까.

엄기영이 그간 뉴스데스크의 앵커로서 활동하며 지내왔던 시간동안 우리는 엄기영의 충분히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송"인의 자세를 보아왔다. 그는 전혀 정권에 타협하지도 않았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난 행동을 보인 적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모든 정파와 정당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역시 그의 일종의, 리더십이다. 회사를 지키는 것과 정권과 싸우는 것 그 두 가지의 갈림길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신임 사장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는 언론 환경의 급격한 나락에서 MBC를 지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MB에 대한 투쟁을 이야기할 때 그는 외로이 MBC의 생존을 되내여야 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자리였다. 무한도전에 출연하여 노홍철의 말도 안되는 목걸이를 선물 받을 때만 해도, 그 목걸이가 그렇게 자신의 목을 죄어오리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제 신경민의 클로징 멘트를 보며, '내가 엄기영의 위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나 역시 신경민의 교체였다. YTN이 어느 정도 정리당하고 있는 지금, MB에 대한 언론 투쟁의 중심은 MBC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MBC를 지켜내야 한다. 정간을 반복하다 지쳐 친일 신문이 되어버린 조선일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일장기를 지우다지우다 끝내는 일장기를 가슴에 박아버린 동아일보의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었을까.

MBC의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신경민 앵커 교체를 밀어붙인 전영배 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 실시를 결의, 모두 96명이 투표에 참여해 93명이 ‘불신임’ , 2명만이 ‘신임’, 1명이 ‘기권’표를 던졌다고 한다. 93명의 평가 90%가 넘는 압도적인 숫자는 신경민의 잔류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내가 엄기영이라면, 이러한 평기자와 MBC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과 바람을 믿었을 것이다. 신경민은 바뀌지만, MBC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 아직 충분히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신경민은 버려진 카드가 아니라, 놓여진 카드로 둔갑할 수 있다.

오래전 방영했던 모래시계에서 인상깊은 장면 중에 하나가 그것이다. 정보부에 끌려간 박상원 대신, 다른 검사가 이일을 맡을 것이라 하면서 조경환이 분한 검사장은, 당당하게 이런 말을 건넨다. "우리 검찰에, 검사 아주 많아요."

물론, 신경민은 물러났다. 이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93명의 기자가 아직 남아있다. 그리고, MBC에는 앵커가 아직 많다. 우리가 기억하는 MBC는, 96명 중에서 93명이 지지하는 그 MBC를 버릴 수 없는 수 많은 앵커들이 있다.
만약, MBC가 신경민이 아닌 김미화나 손석희를 교체했다면, 우리는 "그들이 아니면 안된다"는 읍소를 엄기영에게 던지며 그 또한 물러나야 한다고 투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외부 인사가 아닌, MBC라는 큰 조직의 직원인 신경민의 교체는 엄기영의 자신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믿는다. 

아직 MBC에는 앵커가 많다.


김영랑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모란이 뚝뚝 눈물처럼 떨어져 버리기 전에는,

우리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MBC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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