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새누리당에서 귀화인인 이자스민씨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고,

진보신당에서도 러시아 이민자인 박노자[각주:1] 교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좀 말이 맣은 것 같다.

심지어는 이런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http://cafe.daum.net/hanryulove/IwYk/484289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원 토막살해 사건의 범인이 외국인(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안그래도 좋지 않은 외국인 혐오증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흔히

외국인혐오의 내용은 외국인의 유입으로 인한 범죄의 증가, 불법체류자들에 의한 범죄의 증가 등이 그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외국인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고,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좀 웃기지 않은가?

왜 외국인노동자들이 불법체류를 하고 왜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근절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그냥, 난 저놈이 싫으니 저 놈들과 같이 살 수 없다고 하는 막장스런 행태를 취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나마 어린 꼬꼬마들의 치기어린 투정 정도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먹물 좀 먹었다는 사람들까지 저러고 있으니 웃기는 수준을 넘어 파시스트들과 한 시대를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저개발 국가들에 비하여,

우리나라가 급격한 산업화 이후 선진국화되면서 물가상승에는 못미치지만(이런거 보면 선진국화는 멀었고.) 어쨌든 임금이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할 정도로 인상되었고, 이른바 3D 업종을 비롯한 육체노동의 취업희망자가 급격히 줄어든 현상[각주:2]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임금의 노동자를 계속 필요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중에 그 임금에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면,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일을 그만 두거나, 그 돈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즉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이주하거나, 아니면 그들을 데려와서 일을 하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대거 필요해진 이유는 산업사회의 변화 그리고 우리나라 노동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물론,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지만, 초기투자비용이 너무 많고, 공장의 관리자 역시 같이 이주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지역과 삶이 매우 밀접한 그리고 타지에 대한 배타성이 그래도 좀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설비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숙련공들은 가고 싶어하지도 않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사장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노동환경과 산업사회의 변화는 외국인 노동자,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해서 그들을 데려왔지만, 공장의 해외이전에 비해 불리한 점도 있다.

그 외국인들이 바로 우리 사회(물가가 너무 높은)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 역시 언젠가는 저임금은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최저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고, 결국은 내국인 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사용자의 선택은,

이들에게 정상적이고 내국인 수준의 임금을 주는 정도로 타협하게 되는 수도 있지만,[각주:3]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즉, 임금이 정상화될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다.

하나는 비숙련공으로 정상임금의 일부만 줘도 되는 견습공으로만 채용하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지금의 외국인 범죄의 증가는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었던 실패한 정책적 산물이다.

견습공인 외국인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한 기업에서 자유롭게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없고 견습인채로 한 기업에 발목이 잡히게 된다. 회사는 견습을 이유로 저임금을 주고 그가 숙련공이 되어 정상적인 임금을 받게되면 쉽게 그를 내칠 수 있다. 고용허가제의 함정이다. 그렇게 실직한 숙련공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그들의 모국에서는 그 기술은 쓸모도 없거니와 그런 저임금 조차 받을 수 없다(애초에 그러니까 우리나라까지 온거 아닌가?). 

숙련공이 된 외국인들은 당연히 불법체류자가 되어 숙련공이지만 여전히 적은 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가 되고,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음지로 들어간다. 어짜피 불법인생들은, 어짜피 범죄자다. 그들에게는 또 다른 범죄 한 두가지쯤 안 저지른다고 해서 합법적 인생이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지금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를 주장해왔다.

논리적으로도,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불법체류자를 합법화 하여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산업계의 주장도 수용할 수 있고, 불법적인 인생이 되어버려서 더 이상은 음지에서만 살아야 하고 범죄자가 된 채로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들을 양지로 불러올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증가한 외국인 범죄율이 당장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적책 실현을 위한 어려움은 있겠지만, 부적절한 외국인 혐오증에 비해서는 열걸음은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법이다.

외국인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고용주들의 낮은 임금 책정·체불 등 차별이 문제가 된 이유는 너무나 쉽게 외국인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것이고, 그들이 결국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오죽하면 인권위까지 이런 말을 하겠느냔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외국인들은 분명, 선거권이 없다. 이자스민씨나, 박노자 교수는 이주노동자 출신이 아닌, 외국출신의 인텔리 지식노동자이거나 결혼이민자다. 그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들이 물론 이주노동자들을 외면하지 않을테지만, 당선이 더 유력한 이자스민씨가 속한 새누리당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좀 살펴볼만하지 않을까.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새누리당의 공약집에는(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중앙당의 총선공양집) "외국인" 또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라는 단어조차 한번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진보신당은 가세(?)가 기울었는지 총선 정책이 검색이 잘 되지 않고,

통합진보당은 그나마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시정'이라는게 딱 한줄 들어가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하긴, 선거권도 없는 사람들에게 할당할 정책이 있기나 할까)



외국인 범죄의 문제를 논하며 외국인의 추방을 부르짖는 꼬라지 보고 있으니, 민족주의자들인지 파시스트들인지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다.



  1.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선거공보물에는 '티코노프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아마 박노자는 필명이고, 개명은 하지 않은채로 귀화한 것 같다. 그래도 박노자가 친숙하다. [본문으로]
  2. 내가 보기에 이건 어쩔수 없거나 아니면 바보같았던 대한민국의 전체적 학력 인플레와 전혀 무관할 수 없다. 아니, 매우 밀접하다 [본문으로]
  3. 정상적인 임금을 다 주더라도 육체노동은 하지 않으려는 우리나라 '근로자'들 보다는 그래도 일을 하겠다는게 어디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