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Posted 2012. 11. 15. 14:13


오늘부터, 일부 편의점에서 이른바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것을 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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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하게 약이 필요한 때에 약국이 영업을 하지 않으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비상약까지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에서의 필요한 의약품을 파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제도가 진짜 우리에게 절실하고 편리한 제도인지는 살펴볼 문제다.


지금의 의약품 편의점 판매제도를 보면, 말 그대로,

"안전상비의약품"을 팔도록 하고 있다.


긴급의약품이 아닌 상비의약품이라는 점이 조금은 이런 제도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케 한다.

일반 식품과 달리 약품의 판매와 복용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자격을 갖춘 약사로부터 약을 구입하고 복약지도 등을 받아 복약, 투약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것이 안전성에 있어서 조금은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상비약은 말 그대로 상비. 즉, 집이나 어느 곳에든 상시적으로 비치되어야 할 약품이다.

간단한 감기약이라거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의약품을 말한다.

이것이 상비되어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약국이 그 판매를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새벽에, 한밤중에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의약품은,

상비의약품이 아니라,

긴급의약품이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을 보면, 법에서는 이를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을 말한다."고 하고 있으며, 복지부고시를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있다(이 거지같은 복지부 공무원님들께서는 안전상비의약품 고시 제정"안"은 올려놓으셨는데, 고시 전문은 등록하지 않으셨다. 지네들 홈페이지에 말이다. 존나 일 열심히 하신다)


1.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밀리그람(10정)
2. 타이레놀정160밀리그람(8정)
3. 타이레놀정500밀리그람(8정)
4.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
5. 어린이부루펜시럽(80㎖)
6. 판콜에이내복액(30㎖×3병)
7. 판피린티정(3정)
8. 베아제정(3정)
9. 닥터베아제정(3정)
10. 훼스탈골드정(6정)
11. 훼스탈플러스정(6정)
12. 신신파스아렉스(4매)
13. 제일쿨파프(4매)


그러니까 겨우 이 정도다.


해열진통제와 파스 소화제 정도.


물론 이 정도라도 필요한 집에서는 긴급하게 사용할만한 수준은 되고 하니 다행일 수 있지만, 진짜 밤에 새벽에 사용할 긴급한 의약품이 이 정도일까 의문이다.


차라리, 상처치료용 붕대와 거즈, 상처 소독용 약품이 긴급하게 활용하기에는 더 좋은 것 아닌가?


안전상비의약품이 중요한 것인지, 안전"긴급"의약품이 중요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물론 상처치료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이상의 상처에 대해서는 약을 바를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병원 응급실을 가야지.

그리고 긴급의약품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약국이 영업을 안해서 문제라면,

지금의 24시간 영업하는 약국의 수를 늘리도록 하고,

산간벽지 등 오지의 약국개설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보조하고

지역이 넓어 24시간 약국의 거리가 너무 멀다면, 지역구분이 아닌 거리에 다른 24시간 약국 영업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은퇴한 약사 등의 재창업, 재취업의 기회 확대를 통해

보편적인 의약서비스를 도시 농촌 어촌 할 것 없이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지

겨우 저런 해열제 몇알을 편의점에서 팔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나?


게다가,


편의점 약품판매를 위해서는 이른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등록을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받게 하고 있는데,


새벽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들보고

편의점 알바하려면 이거 교육받아야 한다고 할 것인가?

물론, 실제 교육을 점주들에게 시행되고,

판매를 직접 담당하는 알바생들에게는 이른바 종업원용, 판매가이드를 배부한다고는 하는데,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겨우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팔도록 둘것인지,

과연 편의점 사장님들이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에

그 교육까지 제대로 할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실제 야밤에 편의점에서 약을 팔게 할 것이면,

8시나 9시 등 약국의 평균영업시간 이후에만 팔 수 있도록 하거나,

그것이 정말 "상비"의약품이라면 24시간이 아닌 주간에만 운영되는 수퍼마켓이나 구멍가게에도 팔게 하는 것이 맞다.


편의점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밥그릇 싸움에서 더 많은 물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쓸데없이 국민의 건강을 빌미로 웃기지도 않은 정책 따위 펴는 짓은 좀 안했으면ㅈ ㅗㅎ겠다.



진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짜 국민에게 필요한 긴급하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런 것에 대한 고민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