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했다.

2008년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


얼마전 신문에 우편향이라는 뜻하지 않은 제목을 달고 많은 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역사 바로잡기를 위한 특강에 우편향적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역시나 반갑지 않은 기사였다. 그리고 오늘, 그런 특강이 10여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역사는, Carr가 말한데로 현재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얼마

든지 역사가의 시각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역사는 사실이고 그러한 사건의 열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역사가 그렇게 사건의 나열로서만 끝날것은 아닐 것이다. 사건을 보고 그것에서 배우며 그를 해석하는 방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바로 歷史다.

이번 역사특강의 문젠, 단순히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동안 묻혀버린 좌편향된 역사를 위해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과거의 시각에 대한 반성에서 오는 정확한 역사 바로잡기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Carr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위치지어져있는 현재의 역사가가 과거를 평가하고 서술하는 것이 역사라고 말한다. 그리고 역사란 하나의 과학이고, 과거의 인물들의 평가를 하는 도덕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번 역사특강이 박정희를 도덕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는 과제를 가진 것이 아니라, 전두환의 도덕적인 면을 부각하고자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런 자들이 정권을 잡던 시기에 일어났던 많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새로운 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익 일변도의 이번 강사들이 과연 그것을 얼마나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우리의 의아심을 공포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자 하는 신문들의 사설에서조차 ,

"근현대사 교육이 좌편향됐음을 전제로 한 현대사특강에 대해 강사들의 보수성을 문제삼는 것은 억지다. 특강은 학생들이 강사들로부터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설명을 듣고 토론함으로써 교과서의 편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보수 이념을 주입하자는 것은 아닐 터다."(국민일보)

라며 애써 희석시키고,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수정권고를 받은 6종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북한을 미화하는 등의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아야 한다.(서울신문)
라며 어설프게 중간에 서려는 행위도 목격된다.



그간의 우익들께서는 모든것은 역사의 평가에 맞겨져야 한다는 허울좋은 망언으로 우리 역사를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역사에서 배우려 하는 아이들까지 건드린다는 것은 매우 허탈한 작태가 아릴 수 없다.
경향신문의 사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육당국은 정치중립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권의 눈치를 살펴서, 그들의 입맛에 맞춰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극우인사를 교단에 세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선전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들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