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길 원했었다.

Posted 2010. 4. 14. 10:14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겨우 기억을 하는 어렸던 시절. "반노"라는, 아직도 그 뜻을 모르겠는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였다.
이제는 그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출간되자마자 음란성과 통속성으로 한국 문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하는 그 책에 대한 평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미카엘 엔데의 처녀작인 "꼬마친구 짐크노프"라는 책을 읽었을 때였다. 상상력과 꿈이라는 진부한 희망을 알게 해 준 그 책을 읽으며 또 다시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세번째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김종찬이 나오는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읽었을 때였다.
글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의 생긴꼴을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스펙타클의 사회"라는 기 드보르의 책을 읽으며 또 다시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이미 글쟁이라는 말은 소설가가 아닌, 글을 쓰면서 그 존재 형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지식인이라는 위치에 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블로그나 트위터 처럼 글과 말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의 진화를 보며
또 다시 글쟁이가 되고 싶어졌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지식소매상이 아니라,
글을, 말을 하며 그 생존성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졌다.

바쁜 일상에 블로그는 내팽겨쳐지고 이젠 할 말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나는

글쟁이가 되고싶다.
그것이 글, 말, 또는 사진으로 표현되더라도,
종이에, 아니면 net에 내 글이 남겨지더라도
내 존재형식은 인간이로되, 그 존재가치는 내가 남겨둘 나의 말과 글로 남는

그런 생명체가 되고 싶다.




그 전에
키보드 부터 하나 사야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