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특검법안의 법사위 소위 통과에 대한 몇가지 코멘트
Posted 2007. 11. 22. 15:12삼성특검법안(원래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관리 및 뇌물공여 의혹사건과 불법상속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거나,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과 비자금의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 자금 제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와방 길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 동안 통합신당 및 민노당 등 이른바 범여권(민노당을 범여권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만,)이 제출한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관리 및 뇌물공여 의혹사건과 불법상속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한나라당이 제출한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과 비자금의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 자금 제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법안심사 소위가 드디어 타결되었다는 뜻이다. 새로 정해진 명칭은 "삼성 비자금 관련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된 법안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및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발행, 증거조작, 증거 인멸 교사 등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에 관한 불법 상속 의혹
- 1997년부터 삼성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제공 의혹과 사회 각 계층에 포괄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의혹
- 비자금 조성을 위해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은행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의혹 등
2. 특별검사의 추천
- 대한변호사회가 추천한 3인
3. 수사기간
- 준비기간 20일
- 수사기간 60일, 1차연장 30일, 2차연장 15일
우선은, 분명히 삼성 특검법의 통과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아직 본회의가 남아있고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도 예상되고 있으나 아무튼 특검을 향한 첫단추는 적당하게 잘 맞춰진 듯하다.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
이번 특검에서 양 측이 제출했던 법안을 보면 이번 통과된 법안은 참 정치공학적으로 잘 끼워맞춘 티가 난다.
오래간만에 양 진영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흐믓한 평가가 나올 법도 같다. 그들이야 나름대로 아쉬운 것도 있으리라 예상되지만, 이 정도라면 첫 단추 치고는 꽤 적절한 수준이 아닐까.
애초에 양 당에서 제출한 내용을 보면 특검의 수사범위가 매우, 너무나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잠깐 보자
-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증거조작, 증거인멸교사 등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사건과 관련된 사건
- 199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조성된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과 관련해 조성을 지시한 주체·조성방법·규모 및 사용처,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을 이용해 정치인과 법조인·공무원·언론계·학계 등 사회 각 계층에 포괄적 뇌물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지시주체·로비지침·로비방법 등과 임직원의 임의 사용여부 등에 관한 사건
- 삼성그룹이 비자금의 조성 및 사용행위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현직 삼성그룹의 임직원의 은행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것과 관련된 의혹사건
-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한 진정·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사건 등과 관련된 사건
-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그룹이 조성했다는 비자금의 존재 의혹 및 그 조성경위, 사용처에 관련된 의혹
-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의혹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과된 안은 범여권안의 1번, 3번이 들어가 있고, 한나라당안의 2번이 포함되어 있다. (범여권의 4번도 포함되었지만 이는 관련 사건을 포함시킨다는 의미일 뿐이니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한나라당의 특검법안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급조된 티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보좌관 한 두명이 밤새서 술 한잔 하고 썼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정작 김용철 변호사가 말한 차명계좌의 존재와 이에 따른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항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고, 게다가 김용철 변호사의 주된 주장(차명계좌를 통한 뇌물자금 관리와 각종 편법, 불법을 통한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중에서 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사건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법안에서는 2번, 즉 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 따위의 그저 붙잡고 늘어질 건덕지를 어떻게든 꼬아서 버티기 하겠다는 의도밖에 없어보인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이런 초보적인 애들 투정같은 법안을 놓고 협상을 했던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노회찬의원이 대견하기 그지없을 정도다.
한나라당의 의도가 어떠하든, 이로서 특검법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삼성특검이 대선에 악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어짜피 대선 전에는 어떠한 결론도 나올 수 없다는 것(대략 통과하는데 10일이 걸린다고 해도 준비기간 20일을 채우면 이미 하늘에 태양은 두개가 뜬다)을 예상한 것이겠지만, 정권에 대한 로비 의혹이 나오는 것에 왜 한나라당이 더 조심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현 정권에 대한 로비로만 한정하겠다는 것도 그렇고, 대선에 악용될 것이라는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은 마치 자신에게 불리하니 반대한다는 뉘앙스. 도대체 뭐가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삼성 특검법은 통과되게 되었다. 이번 특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모쪼론 이번 특검법안을 통해 삼성이 위나라의 경제에 미친 영향만큼 삼성에게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에 미친 영향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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